<TMI>

쓸 데 없이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투 머치 토커’라는 말을 붙이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얘기들을 쏟아내는 사람에겐 ‘TMI’라는 말을 붙이고 너무 진지하고 감수성 짙은 사람에겐 ‘오글거린다’는 말을 붙인다.

몰랐는데 TMI 라는 단어는 영어권에서 정말 투우우우우우우 머치 한 정보를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듣기 싫은 정도를 넘어서서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말들에 사용했다고 한다.

어느 단어든 문화가 넘어 오면서 조금 다른 상황에 사용한다. 누군가 추가적인 정보를 덧붙이려고 하면 말한다. ‘아 그거 TMI야.’ 그런데 세상에 TMI가 아닌게 어디 있나 싶기도.

‘투 머치’하다는 건 필요한 정도를 넘었다는 뜻이다. 그 이상의 내용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 관심 없다는 말이다. 왜 관심이 없을까?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거기까지인 것 아닐까? 좋아하는 대상이 ‘투 머치’하게 얘기해 준다면 그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물론 어느 순간에도 TMI를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이 듣기 원하지 않는데 나만 좋다고 얘기하는 것도 배려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다. 서로 배려하는 게 가장 좋은데 많은 경우 배려는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내 뉴스레터는 TMI를 가득가득 담고 있다. 하나 다행이라면 내가 누군가의 구독 버튼을 대신 누르지 않았다는 것. 이 글도 누군가에겐 굳이 필요한 정보가 아닐 수 있다. 내가 좋아서 쓰지만 결국 누군가에겐 투 머치 토커일 뿐이다.

나는 유독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한다. 그래서 예전에 뉴스레터를 통해 고민 상담을 해보려고 했는데 듣는 것과 상담하는 건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튼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유튜브가 ‘뜬뜬’ 채널이다. 유재석님이 연예인들과 수다를 떠는 콘텐츠를 다룬다.

최근에 핑계고 시상식이 있었다. 아무리 유재석님이 메인으로 나오는 콘텐츠라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아침에 모여서 수다를 떨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도 사람들이 꿈이라는 주제로 자기 경험을 막 얘기하는데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읽고 싶을 땐 브런치에서 자주 읽는다. 깊이 있는 글들도 있지만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를 보면서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나는 사람들의 TMI가 좋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안 친한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어려운 얘기들이 있는데 혼자 술술 얘기해 주는게 너무 좋다. 그래서 모든 콘텐츠들이 좋다. 자기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만드는 사람도 담담한 글로 풀어내는 사람도 노래로 만들어 내는 사람도 좋다.

결국 다 이야기다. 투 머치한 이야기일지라도 내가 그 얘기를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상대방이 먼저 얘기해 줘서 고맙고 나에게 얘기할 정도의 사람으로 생각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