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만의 취향을 알고 싶으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왔다.

많이 듣기도 했고 어느 순간 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내가 찾던 거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것들을 발견할 때의 기분은 짜릿했다. 여태 몰랐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다.

최근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친구가 혼자 먹어보기도 하고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것들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혼자 집 근처에 있는 위스키 바에 가보려고 했는데 같이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위스키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고민했다. 시간은 늦었고 굳이 내가 위스키를…? 라는 생각이 강했다. 또, 이 글을 그 시간에 쓰려고 했기 때문에 더 고민이 됐다.

하지만, 뭔가 이 친구를 따라가면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따라가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친구한테 한 시간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후 글 하나를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했다.

친구는 내가 좋아할 만한 위스키를 추천해줬다. 지하 주차장 냄새, 비 오는 날 같은 습한 냄새를 좋아한다고 하니 바텐더 분에게 피트 위스키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두 잔의 피트 위스키를 마셔봤는데 정말 내가 좋아하는 향이었다. 특유의 사우나 냄새 같은 향기가 내 취향이었다.

심지어 피트 위스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한다. 10명 중에 2명 정도 피트 위스키를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마이너한 취향을 갖게 된 것 같아 으쓱한 기분이었다. 

두 잔에 40,000원. 심지어 양도 엄청 적었다. 가성비를 생각하면 최악이지만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역시 새로운 경험은 늘 새롭다. 위스키 바 특유의 클래식한 분위기도 좋았고 바텐더 분의 설명을 듣는 것도 재밌었고 위스키를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갔기 때문에 더 즐거웠다.

아마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나는 한동안 위스키 맛을 모르고 살지 않았을까? 용기를 내서 갔던 스스로를 칭찬한다.

피트 위스키가 흰살 생선이랑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나중에 좋아하는 숙성회랑 같이 먹어봐야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