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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브런치 초이람님의 글
현주 언니와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아니, 언니에게 혼난다. 언니는 혼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것 뿐이라고 하는데 자꾸만 눈을 내리깔게 된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진실로 무엇을 배우고 있다거나 지식을 쌓고 있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런건 현주 언니에게서 배웠다.
일생에 언니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복이다. 진짜로 복이다. 그러나 언니의 친구로 지내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언니는 나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꾸 나의 무언가를 발굴하고자 한다. 게다가 좀처럼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언니가 처음 제안했던 일은 이거였다. 매일매일 어떤 제시어에 대해 5분 씩 글쓰기, 단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안되고 그냥 쭉쭉 써내려가야 한다.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에 카페를 만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니가 제안하는 일들은 대개 이런 식이다. 어렵지 않다.
또 언니는 나에게 책을 읽게 하였고 차차로 글을 쓰게 만들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언니의 제안은 늘 쉽다.
평일에는 하루에 책을 한 시간 읽고 글을 이십 분 쓰기, 주말에는 삼십 분 읽고 이십 분 쓰기. 이십 분 이라니, 할 만 했다.
언니는 보통 내 글을 피드백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태도는 엄중히 꼬집는다.
글 쓰는 것이 몇 개월쯤 이어지자 나의 글이 변하기 시작했다. 게을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지켜보던 언니가 내 상태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니가 메신저로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때 나는 정말 창피해서 당장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니가 아니었으면 그냥 되는 대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되도록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얼마 전에 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서 뭘 할 수 있을까. 오직 활동만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노벨문학상이 소설가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면서 보낸 시간이 소설가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처럼."
"몰아붙여서 얻는 성취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시간이 가치 있는 것이고 널부러지면 가치도 그냥 사라져버리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도 쉬운 길을 찾는다. 오늘도 로또를 샀고 당첨 번호를 조회하며 순간이나마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분간은 로또를 사고 그 당첨금으로 무얼 할지 상상하는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언니의 말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나를 굴러가게 만드는 중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금방 이룰 수 있는 것이어서도 안된다.
중심축에 추를 매달아 내가 흔들거리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눈 앞에 소파, 침대가 있다.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래선 안된다. 무성의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며, 이전에 쌓은 것들을 무너뜨린다. 결국 성실하고 꾸준히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