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보는 것도 좋아하고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다. 내 목소리로 내 속도로 내 머릿속에서 분위기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물론 때론 상상하는게 귀찮아서 영상을 찾게 될 때도 있다. 영상을 틀어 놓고 글을 읽을 때도 있고.

이번 주는 읽는다는 건 뭘까 궁금해서 ‘읽기’를 키워드로 정했다. 참 신기한 건 브런치에 읽기, 읽다, 읽는 것 등등 읽- 으로 시작하는 다양한 단어를 검색하면 항상 책이 달라 붙는다. 책을 읽어라~ 책을 읽는 방법~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내가 책을 읽는 이유~ 블라블라 왜 이렇게 책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걸까.

요즘엔 사실 책보다 더 많고 다양한 것들을 읽는다. 뉴스레터도 읽고 업무 메일도 읽고 메뉴판도 읽고 사람의 표정도 읽고 분위기도 읽고 또 뭐읽지? 아무튼 다양한 것들을 읽는다. 근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책읽기에 집착하는 걸까?

책이 그만큼 오래된 콘텐츠이기 때문일까? 모든 읽는 콘텐츠들의 총합이 책이기 때문일까? 조금 딴 소리이긴 하지만 무언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책을 출판하는 걸 보면 그만큼 책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가치가 큰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원래 하고 싶었던 말로 돌아와서 읽는다는 말의 핵심은 무엇일까. 책을 읽는다. 글을 읽는다. 분위기를 읽는다.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 이런 말들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알 것 같다. 눈으로 봤을 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는 무언가를 파악하는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눈이 글자를 따라가는 것을 말하진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모든 책, 글을 읽을 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만… 내 머릿 속에 있는 생각, 정보들을 바탕으로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읽기’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읽는다는 말은 쓴다는 말로도 연결된다. 음식물을 섭취하면 무언가를 배출하듯 산소를 마시면 이산화탄소를 내뱉듯 무언가를 읽으면 말을 하거나 내 글을 쓰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인 걸까. 나도 무언가를 쓰는 걸 좋아하는데 가만히 있을 때 외부의 자극이 존재하지 않을 땐 쓰지 않는다. 읽거나 듣거나 봤을 때 글이 나온다.

무언가를 읽었는데 아무런 글이,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별로인 건 별로라고 말하는 게 당연한 과정인 것 같은데 아무런 말도 글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뭐 그렇군요…’ 정도의 콘텐츠를 접한 게 아닐까. 

뜬금없는 얘기를 좀 하자면 요즘 꼬맨틀이라는 단어 맞히기 게임을 하고 있다. 뉴스젤리라는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에서 만든 게임인데 매일 하나의 단어를 맞히는 게임이다. 스무고개같은 건데 내가 하나의 단어를 입력하면 정답 단어와 얼마나 유사한지 유사도를 알려준다. 유사도가 높다면 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을 검색하면서 정답을 찾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는게 뉴스레터에 소개할 콘텐츠를 찾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정답을 맞히기 위해 한 단어의 다양한 형태를 검색할 때가 있다. 읽- 을 두고 뒤에 다양한 형태를 붙여본다. 신기하게도 뒤에 어떤 말이 붙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글의 내용이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읽는다, 읽으니까, 읽어보자, 읽을까, 읽었다, 읽는 법, 읽는 것 등등 다양하게 검색할수록 다양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원하는 내용이 뭔지 모를 땐 이런 식으로 검색을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꼬맨틀 게임처럼 글을 하나씩 읽으며 내가 원하는 내용과 유사한 글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다. 

읽다 보면 분명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내 고민, 생각과 비슷한 내용을 적어놓은 걸 찾게 된다. 그러면 또 혼자 뭔지 모를 만족감을 느끼면서 다른 글을 읽고 또 읽는다. 재미난 세상이야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좀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좀 많이 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