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내 고민은 나에겐 정말 크고 무거운 고민이다. 스스로에겐 세상 커다랗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고민이 옆에 선다면 한없이 작아진다. 반대로 누군가의 고민에 비해서 더 크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무리 진지하고 심각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삶에 대해 고민하더라도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범죄자를 잡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내 앞에 있다면 그 사람들 앞에서 자신있게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모든 건 상황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상황적이라는 말은 아빠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다.

 모든 것들은 여럿이 있을 때 상대적이다. 나 혼자 있다면 키가 큰지 작은지 머리가 큰지 작은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키가 가장 큰 사람, 작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키가 크고 작은 것은 그 자체로 나쁘거나 좋지 않다. 하지만 특정 상황, 직업에선 유리하거나 불리할 수 있다.

누군가의 고민, 상황, OO가 나보다 더 나을 수도 있고 나아 보일 수도 있다. 나보다 어리지만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보며 내 월급을 작게 느낄 수도 있고 나랑 연차는 비슷해 보이는데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을 보며 현타를 느낄 수도 있다. 

정말 작고 소소한 일도 비교하려고 하면 비교할 일 천지다. 출퇴근 길,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맛집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을 땐 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비교는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 우리는 늘 단편적인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삶은 단편적일 뿐이다. 정말 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 가족도 우리는 상대방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일부만을 볼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보고 내 상황과 비교한 후 드는 감정은 불필요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도 한다. 원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부정적인 감정이 들기 마련이니까. 비교를 하려면 최대한 비슷한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비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게 좋기만 한 삶이 어디있고 모든 게 나쁘기만 한 삶이 어디있을까. 1년 365일 내내 안좋은 일만 일어나는 삶은 없다. 우리가 안좋은 때를 더 힘들어 하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 거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건 흐릿해 진다. 흐릿해 질 때 쯤 새로운 일이 생기고 다시 강렬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세상엔 비교할 것 천지다.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자신의 잘난 모습만 보여준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들어왔다. 인스타그램이 없어도 우린 서로 비교하기 바빴다. 인스타그램이 생기니까 집에서도 비교하기 바쁜거지. 

뭐가 더 나은지 알지 못한 채로 비교만 하는 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에게 잘 어울리는 답이 있을 뿐 모두에게 통용되는 정답이 있을까? 나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내가 싫으면 싫어해도 된다. 사실 그래도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쓰는 글도 누군가에겐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보통 나와 누군가를 비교할 때 드러내놓고 비교를 하진 않으니까… 나도 누군가의 비교 대상이 된 적이 있겠지? 궁금하다. 그 사람은 어떤 점을 비교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우린 모두 누군가의 비교 대상이 되어본 적이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