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글을 쓰면서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다. 더 좋은 표현이 있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에게 내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할까 라는 고민들을 자주 한다.

요즘은 무언갈 읽고 듣고 볼 때, 좋은 표현을 만나면 이것들을 모아서 정리하고 있다. 최근에 수집한 문장이 하나 있는데, 영화 <동주> 속 등장하는 문장이었다. 

윤동주 시인의 <아우의 인상화>라는 시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늦은 밤, 창 밖에 달이 떠있고 달빛이 방 안에 누워있는 아우의 이마를 비추는 모습을 표현한 문장이다.

아이의 이마에 달빛이 비치는 것을 ‘젖는다고’ 표현한 걸 보고 입에서 탄식이 나왔다. <동주> 속에서 좋았던 문장이 하나 더 있다. 마찬가지로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 속의 구절이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 윤동주라는 인물의 상황, 당시의 심정 모든 것들이 있지만 나는 저 작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방에 등불을 밝히며 점점 방이 밝아지는 것을 어둠을 내몬다고 표현했다. 마치 등불과 어둠이 선과 악처럼 방 안에서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외에도 인스타그램 탐색 탭을 보다보면 정말 재미있는 표현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최근에 봤던 것 중에 “학교 가기 지겨워” 라는 말에 “이렇게 귀엽게 태어난 주제에 반 애들한테 자랑하고 싶지 않니? 겸손하네” 라는 표현을 하는 한 어머니의 말과 “지각했어” “세상이 빨랐던 거겠지” 라는 표현이 있었다.

피식 정도의 웃음이 나왔다. 좋은 표현은 어떤 걸까? 생각하게 된다. AE 인턴을 할 때, 표현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메일도, 콘텐츠 카피도, 리포트에 적을 문장도 모두 좋은 표현을 찾아야 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에.

뉴스레터에, 내 글을 쓸 때도 표현에 대해 고민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도 계속해서 표현에 대해 고민한다. 내가 한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았을까, 괜히 쓸 데 없는 얘기를 한 건 아닐까. 결국 내가 하는 표현은 누군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표현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모두에게 이로운 표현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