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세상 모든 것들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식주 중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 같기도.

음식에는 정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오죽하면 소울푸드라는 단어도 있을까. 누구에게나 추억의 음식, 지쳤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음식 같이 나만의 음식 하나쯤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추억의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김치 부침개다. 초등학생 때, 학교를 다녀와서 아빠와 함께 집 근처에 위치한 할머니댁에 점심을 먹으러 자주 갔다. 밥을 먹고 학원을 가기 전 까지 TV를 보면서 할머니와 전기장판에 누워있곤 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공부하러 학원에 가는 손자가 배가 고플까봐 김치 부침개를 해 주셨다. 한 두 장도 아니고 항상 여러장을 해 주셨다. 할머니의 김치 부침개를 맛있게 먹고 나면 냉장고에서 야구르트를 꺼내주곤 하셨는데, 그때 먹었던 김치 부침개가 여태 먹었던 부침개 중에 가장 맛있는 부침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할머니 몸이 좋지 않으셔서 할머니표 김치 부침개를 먹을 순 없지만 그떄를 생각하면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낀다. 전기장판과 TV에 나오는 무한도전 재방송, 김치 부침개 그리고 야구르트까지. 이게 행복이지…

나에게 김치 부침개가 그런 것 처럼 사람들에게도 추억의 음식이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난 그런 이야기가 참 좋은 것 같다. 별거 아닌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추억의 음식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슴이 따땃해지는 게 참 좋다.

이 글이 담길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10/25 (수)에는 친구와 전어를 먹기로 했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전어는 먹어줘야 되지 않겠냐며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지난 주에 몸살로 한 주 동안 고생을 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전어회를 먹고 나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 생각해 보면 제철음식이라는 말도 재밌는 것 같다. 평소엔 안먹어도 제철엔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이 있다니. 아마 나는 날이 더 추워진다면 방어를 찾아 파티원들을 모집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엔 방어를 먹어줘야 한다. 

때론 제철음식은 먹잘알 선조님들의 핑계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 시절의 마케팅이었던 게 아닐까….? 마치 겨울의 제철음식 호빵, 붕어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