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길고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겠지. 연휴 기간동안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연휴가 긴 만큼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누워서 핸드폰을 만졌다.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있다 보면 무력함을 느낄 때가 있다. 더 누워있고 싶고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침대를 벗어나는 게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어땠지?

누워서 핸드폰으로 온갖 것들을 할 수 있다. 유튜브를 보다가 재밌는 게 떨어지면 쇼츠를 켰다가, 인스타그램을 켰다가 릴스를 켰다가, 온갖 플랫폼을 돌아다니며 재미난 것들을 찾는다.

침대 위에서도 모든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일어날 이유를 까먹게 된다. 그 순간엔 온 세상의 재미가 핸드폰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가 고프면 그냥 시켜먹을까? 생각도 한다.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가구는 침대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잠깐 한다.

잠깐 어릴 때 생각을 했다. 어릴 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2G 폰을 간신히 쓸 땐, 누워 있으면 정말 할게 없었다. 그때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친구들과 연락을 했지만 어느 정도 일뿐, 더 재미있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어릴 땐 눈을 뜨면 침대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땐, TV가 최고였다. 물론 방에 컴퓨터가 있긴 했지만, 명절 연휴에 눈을 뜨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거실로 베개를 들고 달려 나갔다. 우리집은 케이블 TV도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엔 재밌는 프로그램이라면 재방송이어도 좋았다. 그땐 생생정보통도 참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무튼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 나를 보면서 행복함과 아쉬움을 같이 느낀 추석 연휴였다. 유튜브의 영향력은 TV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우리 가족이 거실에 모이는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 나를 변호하기 위한 말이기도 하다…

한 번씩 차례를 지낼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는 다들 모이지 말고 줌으로 차례 지내면 되겠다.’, ‘음식도 태블릿에 사진으로 띄어놓자!’ 그냥 웃자고 하는 스몰토크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기업이 우리의 시간을 원할수록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의 편리함인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불편함이 꼭 해결해야 할 불편함일까?’ 라는 생각은 든다. 하나의 불편함을 개선했을 때의 부작용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아마 우리 가족이 이 글을 보면 콧방귀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