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모든 것은 상황적이다.” 아빠가 종종 하시던 말씀이다. 다양한 글을 읽고 사람들의 생각을 접할수록 결론은 모든 것은 상황적이라는 문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우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모든 순간, 상황, 입장에 항상 하나의 기준을 갖고 그 기준에 맞게 행동할 수 없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다른 상황에 놓일 수도 있고 어제는 옳지만 오늘은 그른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저 사람과 나는 다른 상황을 겪는다. 다르게 살아왔고 다르게 겪어왔다. 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듣더라도 다르게 느끼고 반응할 것이다. 저 사람이 나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은 놀라운 게 아니다. 오히려 같은 반응을 하는 게 놀라운 일일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인스타그램에 글을 업로드하기 위해서 ‘좋은 OO’에 대해 많이 찾아봤다. 좋은 마케팅은 무엇이고 기획은 무엇이고 사람은, 생각은, 행동은 무엇인지 다양하게 찾아봤다. 어느 정도 공통적인 부분은 있었지만 결국 모든 것들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느낀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한 기업과 시장에서 1등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갓 취업을 한 사람과 은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업에 대한 가치관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나씩 떠올려보면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다른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면 비난과 논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배려와 존중 속에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다양성으로 이어진다. 그 안에서 더 나은 방향을 발견하게 되고 더 긍정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어딘가엔 있겠지.

사람을 이해할 때에도 누군가가 항상 일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조금 한다. 누군가를 만나다 보면 상대방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 대상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수일 수도 있고 크리에이터일 수도 있다.

특정 모습에 매력을 느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에도 호기심을 느끼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매력을 느낀 건 어떠한 상황 속의 그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상대방을 만나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나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정적인 면으로 가득 찬 것도 아니고 나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 상황에 그 사람은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고 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너무 큰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 상황을 바라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도 상황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 않을까. 물론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너무 상황이 힘들면 감정이 태도가 될 때도 있고 그런 것 아닐까. 그게 더 낫다는 건 누구나 알지. 하지만 상황마다 더 나은 행동, 선택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늘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