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노트  

<시간>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지하철을 놓칠세라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람을 보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자세한 표정을 보진 못했지만 그 분의 다급한 눈과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뛰어가는 사람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출근 시간인걸 감안하면 지하철을 놓쳐 출근 시간에 늦을까봐 그렇게 허겁지겁 달려가신거겠지.

하루는 24시간이다. 대충 9~10시까지 출근을 한다고 치고 출근 하는 시간을 따지면 7시 근처에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출근을 해서 퇴근시간이 되면 대충 6~7시, 집에 도착하면 7~8시, 저녁도 먹고 씻고 해야되니까 그런걸 다 제외하면 하루에 나만의 시간은 4~5시간 정도가 남는다.

참 시간이 모자라다. 공부도 해야되고 사람도 만나야 하고 쇼핑도 해야하고 이런걸 다 하기에 시간이 너무 모자라다. 이래서 하루 계획, 한 달 계획, 1년 계획이 필요한가보다. 계획없이 닥치는대로 하나씩 해치워나가면 하루하루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벌써 3월이다. 1년 중 1/4 지점에 왔다. 춥다고 벌벌 떨던게 엊그제 같은데 자켓을 들고다니는 경우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있다. 속절없이 지나는 시간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지금만 해도 벌써 9시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데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다보니 여유를 잃고 있다. 시간에 지배 당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지배해야 한다는 한 인문학 책의 말이 떠오른다.

최근에 인타임이라는 영화를 소개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생각해보니 요즘은 영화보는 2시간이 아까워서 요약 영상을 자주보는 듯하다.) 영화는 시간을 '돈'의 개념으로 사용하며 빈곤층과 부유층의 삶을 다루는데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참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보통 돈을 더 지불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요리를 하는 것보다 음식을 사먹는게 시간이 단축되고(맛도 다르겠지만) 차를 타고 가는 것보다 비행기를 타는게 시간이 단축된다(편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그 돈을 우리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제공한 댓가로 받는다는 것이다.

무튼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짧고 한 주, 한 달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점점 급해지고 빨리 걷게되고 여유를 잃게 된다. 효율적인걸 따지게되고 시간을 투자한 만큼 성과가 보이는 행위에 관심을 갖게된다. 여유가 필요한데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