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제품,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에도 누군가 어떤 직업을 갖는 데에도 노래를 만들고 어떤 루틴을 만드는 데에도 각자만의 이유가 존재한다. 때론 이유 없이 그냥 하는 일들도 있다. 그런데 ‘그냥’에도 이유가 있다. 정말 이유 없이 하는 것들이 있을까.

표면적인 이유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 아래엔 나도 모르는 본질적인 이유가 존재하곤 한다. 누군가 ‘그걸 왜 해?’라고 물어봤을 떄, ‘그냥~’이라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남에게 말하기 싫거나 부끄러운 나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마케터라는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다 보니의 과정을 하나씩 파고들면 관심을 갖게 된 분명한 이유가 보일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왜 뉴스레터를 만드는 거야?’ ‘인스타그램은 왜 하는 거야?’ 물어보면 보통 ‘그냥 재밌잖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이런저런 게 좋고 나한테 도움이 되고 어쩌구 저쩌구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뭔가 내가 하고 있는 걸 사람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것 같아서 굳이 하진 않는 것 같다.

콘텐츠 보는 걸 좋아한다. 브런치에서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 드라마도 좋아한다. 때론 영화, 드라마를 리뷰하는 유튜버의 해석을 듣는 것도 좋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이 나오면 그 사람의 인터뷰를 읽거나 듣는다. 그 안엔 그 사람이 앨범을 만들게 된 이유가 담겨 있다.

콘텐츠에는 사람들만의 이유가 존재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또는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고도 등등등. 콘텐츠를 보며 사람들의 이유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가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료 커뮤니티를 홍보하는 문구를 보면 그 사람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감탄이 나온다. ‘역시 콘텐츠가 좋아야 해’라는 생각은 덤.. 영화, 드라마를 볼 때면 어떠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유, 특정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다음에 이런 일을 만들려고 하는구나’ ‘이런 이야기로 넘어가려고 하는 건가?’ 등등 내 맘대로 해석하면서 콘텐츠를 접한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배운 이야기의 구조가 있어서 그런가, 모두 비슷한 흐름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승전결의 구조일 테니 이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고, 권선징악일 테니까 결국 주인공이 이렇게 저렇게 극복할 거란 생각이 머리에 자리 잡는다.

그래서 때론 이 구조를 따르지 않는 이야기는 없을까 싶기도 하다. 저 구조를 따르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 했던 것 같은데 저 구조를 따르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개인적인 궁금증…

잠깐 딴 길로 빠졌다. 무튼 사람들의 콘텐츠를 볼 때면, 다른 목적이 없이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더 흥미롭고 존경스럽다. 역시 진정성 있는 콘텐츠에 끌린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굳이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를 위해 여러 경험을 하고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무언가를 하는 이유가 나만의 이유일 때, 더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적어도 다른 것에 끌려다니진 않을 테니깐.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운동과 같지 않을까…?

무튼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그 일을 하는 사람, 그 생각을 한 사람, 그것들을 만든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고 술에 만취하고 길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다. 

우리 모두는 우리만의 이유를 갖고 살아간다.